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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후계자의 자책, 그렇게 진짜 주전으로 성장한다

자책하고 인정하며 성장한다. 입단 2년 차에 두산 베어스 '주전' 유격수 계보를 잇고 있는 안재석(20) 얘기다. 안재석은 지난 26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8-4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0-0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6회 말, 피안타 없이 호투하던 상대 선발 투수 임기영으로부터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한 뒤 선취 득점까지 해냈다. 7회도 1사 1루에서 상대 투수 윤중현으로부터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양찬열의 안타로 3루 진루,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쐐기포도 안재석의 손에서 나왔다. 8회 말 2사 1·2루에서 KIA 투수 김재열의 시속 146㎞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걷어 올려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안재석이 홈 잠실구장에서 때려낸 데뷔 첫 홈런이었다. 시즌 1호이기도 했다. 안재석은 경기 뒤 "요즘 너무 못했는데, 기분 전환도 되고 (개인) 분위기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오늘 경기력을 더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승리 소감보다는 공개 사과 같았다. 안재석은 인터뷰 내내 자책했다. 그는 5월까지 두산이 치른 48경기 중 33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시즌 초반엔 수비 실책이 많았고, 5월부터는 타격 성적이 안 좋았다. 6월 둘째 주부터는 박계범과 김재호에게 밀려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경기가 많아졌다. 안재석은 2021년 1차 드래프트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다. 데뷔 시즌 첫 달부터 경조사 휴가와 부상으로 이탈한 주전 유격수 김재호의 자리를 메웠다. 자신감 있는 스윙과 안정감 있는 수비를 보여주며 칭찬이 인색한 김태형 감독까지 웃게 한 선수다. 당시 김 감독은 "투수를 포기하고 1차 지명할 만큼 검증된 선수다. 김재호 다음으로 주전 유격수를 맡아줘야 한다"라고 했다. 그런 안재석도 '2년 차 징크스'를 피해 가지 못했다.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고, 출전 기회는 줄었다. 안재석은 "혼자 자책하는 경기가 많아졌다. 자꾸 스스로 무너지는 것 같아서 마음고생이 크다. (안 좋은 마음을) 떨쳐내고 싶은데, 잘 안 되어서 더 부진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신인 때는 (공·수 모두) 거침없이 플레이했는데, 올해는 주변에서 '너무 안정적으로 하려는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멘털 관리는 마음 같지 않았지만, 안재석은 실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그는 "수비 실수가 나오면,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타석에서 결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수비에서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섰다. 코치님들이 종종 '좋아졌다'는 평가를 해주는데, 자신감을 가지려고 더 노력했다"고 전했다. 안재석은 최근 벤치에서 맞이하는 경기가 늘어났다. 처음에는 초조했다고.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안재석은 "형들이 내가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니까, '2년 차에 이렇게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것도 대단하다. FA 일수를 채우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것이 다 경험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을 해주더라. 나도 그 말처럼 생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KIA전은 안재석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만하다. 홈런보다는 6회 임기영을 상대로 출루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불리한 볼카운트(0볼-2스트라이크)에서 볼 4개를 연속으로 골라냈다. 안재석은 이 상황을 돌아보며 "2구째 체인지업에 헛스윙한 뒤 이 구종 궤적에 대해 머릿속 가상 라인을 긋고, 공이 벗어나면 안 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남은 4구를 봤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팽팽한 투수전에 균열을 만든 안재석의 집중력 덕분에 두산은 3연패를 끊어낼 수 있었다. 젊은 선수에게 성장통을 겪은 건 필연이다. 안재석도 그렇게 진짜 주전으로 다가서고 있다. 안희수 기자 2022.06.2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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